중앙정부가 과제를 직접 지정해 하달하던 국가 연구개발(R&D) 체계가 지역 현장 중심의 자율 기획 체계로 전면 전환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국 7개 권역의 자체 성장전략을 포괄 지원하는 지역 자율형 R&D 사업을 본격 가동했다.
과기정통부는 2026년 9월 10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술문화관에서 ‘4극 3특 지역 자율 R&D 사업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을 비롯해 13개 지방정부 관계자, 7대 권역 사업단장, 각 시·도 연구개발지원단, 지역 산업체 관계자 및 청년 연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의 중앙정부 중심 탑다운 기획 구조를 개편한 것이 특징이다. 각 권역이 자체적인 발전 전략과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설정하면 정부가 포괄적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묶음형 예산(블록펀딩) 체계를 도입했다. 올해 투입되는 사업 예산은 총 789억 원으로, 정부는 향후 권역별 성과와 연계해 지원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4극(중부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과 3특(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7개 권역이다. 재정 배분은 단일 자치단체 규모와 광역 연계 범위를 고려해 차등 설계됐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을 아우르는 중부권, 광주·전남의 호남권, 대구·경북의 대경권,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 등 4대 초광역권에는 각각 131억 원씩 배정됐다. 특별자치도 체제인 강원, 전북, 제주에는 각각 88억 원이 지원된다.
권역별 연구 거점 및 산학연 협력의 중심축 역할은 4대 과학기술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맡는다. 중부권 총괄 사업단은 KAIST(사업단장 김경수)가 이끌며, 호남권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사업단장 박기홍), 대경권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사업단장 황재윤), 동남권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사업단장 윤태식)이 총괄한다. 3개 특별자치도의 경우 강원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사업단장 김형석), 전북은 KIST 전북분원(사업단장 황준연), 제주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기술실용화본부(사업단장 임채호)가 각각 전담 기구로 지정됐다.
권역별 중점 육성 기술은 총 18개 분야로 구성됐다. 4대 초광역권은 권역당 3개, 3대 특별자치도는 권역당 2개 분야를 설정했다. 중부권은 반도체(42억 원), 첨단바이오(39억 원), 첨단모빌리티(40억 원)를 연계한 초광역 딥테크 실증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호남권은 인공지능(AI)·반도체와 재생에너지·소재 통합 R&D를, 대경권은 로봇벨트 조성을 핵심 과제로 채택했다. 동남권은 조선업 인공지능 전환(AX), 전력반도체, 첨단항공 추진기술의 제조 현장 실증을 추진한다. 강원은 기능성 바이오소재와 세라믹 재료, 전북은 복합소재와 푸드테크, 제주는 탄소중립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이번 사업은 최초로 권역 단위의 지역 자율형 R&D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국가발전을 이끌어 온 과학기술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지역의 대학·기업·혁신기관과 함께 지역성장에 역량을 본격적으로 투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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