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인구 21.3% 돌파, 복지예산 GDP의 15.4%로 급증
지난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1.3%를 기록하며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UN이 정한 기준(65세 이상 인구 20% 초과)을 넘어선 첫 사례입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미자 씨(78)는 “버스 탈 때마다 젊은이들이 자리에서 뛰어올라 양보하더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통계보다 더 생생하게 초고령화의 현실을 전합니다: “요즘은 노인 전용 카페도 생기고, 약국에 가면 할인해 주는데… 왠지 모르게 서운하더라고요.”
인구 구조의 지진
초고령화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닙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로 OECD 꼴찌를 기록 중입니다. 여기에 청년층 해외 이탈까지 더해지며 인구 지진이 발생 중입니다. 통계를 입체적으로 보면:
- 노인 1명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는 2.3명(2030년 1.5명 전망)
- 100세 이상 인구는 5년 새 2.5배 증가
- 지역별 격차: 전남(31.2%) vs 세종(14.1%)
보건사회연구원 이준호 박사는 “의료 기술 발전으로 평균 수명은 84세까지 늘었지만, 건강 수명은 65세에 머물러 있다”며 “20년간의 병고와 경제적 부담이 사회적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노인 빈곤율(40.2%)은 OECD 평균(13.1%)의 3배를 넘습니다.
복지예산의 거대한 파도
이러한 인구 재앙에 맞서 정부는 2025년 사회복지예산을 156조 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이는 GDP 대비 15.4%로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예산 편성 내역을 들여다보면:
- 기초연금 32조 원(전년 대비 12% ↑)
- 노인 장기요양 15조 원(요양원 3만 병상 증설)
- 치매 국가책임제 4조 원(치매안심센터 전국 256개소 운영)
하지만 예산 증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전 대덕구 노인복지관에서 10년째 봉사하는 박영실 씨(43)는 “무료 급식소에 하루 200명이 오지만, 진짜 문제는 외로움”이라 말합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식사 후 2시간씩 앉아 계시다 가요. 복지 예산에 ‘동행 서비스’ 예산은 0.4%에 불과하죠.”
복지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적신호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 추세라면 2040년 연금기금 고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고령화 전문가 최미정 교수는 “스웨덴식 노동연계복지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언합니다: “70대도 간호보조사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노인이 ‘부담’이 아닌 ‘자원’이 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없으면 재정은 무너집니다.”
기업 현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은퇴 없는 경력 시스템’을 도입하며 65세 이상 직원 1,200명을 재고용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노인 맞춤형 화장품 ‘실버라인’을 출시해 3개월 만에 매출 12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 ‘위드실버’는 70대 전문가들이 재능을 멘토링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월 2,000건의 매칭을 성사시키고 있습니다.
초고령화의 그림자 속에서도 빛나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경북 상주의 ‘할매꿈드림학교’에서는 평균 연령 72세의 어르신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전통 장류 제조법을 전 세계에 소개합니다. 학교 설립자 김영희(69) 씨는 “영상 하나 제작할 때마다 할머니들 눈빛이 살아나요”라며 “노년이 인생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새로운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응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부터 로봇 케어 기술에 3,200억 원을 투자해 반려로봇 ‘제니’를 5만 가구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보건복지부는 AI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해 노인 건강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인프라 구축 논의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인구학자들이 내다보는 미래는 더욱 혹독합니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소는 “2060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 46.5% 예상”이라 밝혔습니다. 지금의 20대가 노년을 맞이할 때면, 지하철 한 칸에 노인이 10명, 청년은 1명 꼴이 될 거라는 전망입니다. 고려대 사회학과 장민준 교수는 “초고령사회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문명적 전환점”이라 지적합니다. “로봇이 노인을 돌보고, AI가 진료하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윤리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복지 예산이 156조 원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할머니가 편히 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있는가?” 대구 달서구 노인복지회관 벽면에는 노인들이 직접 쓴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대신 외롭지 않게 해 주세요.” 이 한마디가 초고령사회 한국이 풀어야 할 가장 복잡한 방정식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통계청(2025), 보건복지부(2025), 한국은행(2025), OECD 인구통계(2025)